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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aily diary

말 한마디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?

말 한마디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? 나는 그런 사람이다. 아무 의미 없이 내뱉는 말도 그 사람의 말이지만, 그것보다도 오래 자신을 고찰하고 신중하게 결정한 말이어야 한다. 이 말에 어폐가 있는지 고민해보고, 나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,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해 보고 이야기하는 말이면 더 좋다. 하지만 내가 '사랑'에까지 빠지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. 툭 던지듯 담백하게 이야기해야 한다. 오래 머금고 고민하다 내뱉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할 거리가 없이 확신에 가득 찬 모습이 필요하다. 말은 지배적이다.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말처럼, 사랑에 빠지게도 해주는 것이다.
 
말을 오래 멈추는 사람이 좋다. 그리고 그 멈춤이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. 그런 사람을 딱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다. 그 사람은 결국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은 아니었지만 침묵이 꼭 나쁘고 어색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었다. 우리는 대화를 시작하면 서너시간은 끄떡없었다. 나도 그 사람도 질문이 많은 사람이라 한 화두로 대화를 시작하면 오래 끊길 일은 크게 없었지만,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. 한 사람이 질문을 하면 한 사람은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한 사람은 얼마가 되었든 기다렸다. 그 사이에 숨소리만 들리는 공백이 생기곤 했지만 서로 그것을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.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서로에게 더 마땅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.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은 수다쟁이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었던 게 아닐까 싶다. 그 사람과의 만남 이후 나는 그런 사람을 계속 찾고 있다. 어떤 관계에 놓이든 좋은 말과 대화는 나를 평화로운 지배에 놓이게 만들어준다.
 
 
 
 
 
 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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